광장공포증

광장공포증

이웃케어클리닉(구 건강정보센터) 심리상담 전문가 문상웅

이윤희(가명) 씨는 혼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공황발작을 경험한 이후, 비행기를 타려고만 하면 식은땀이 나고 숨이 막히는 등의 공황 증상은 물론, 무엇보다 비행기 문이 한 번 닫히면 내릴 수 없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못하다가, 공황장애인 것 같다며 본 클리닉을 찾아왔다. 하지만 상담 등을 통해 공황장애가 아닌 광장공포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공황발작(Panic Attack)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Panic Disorder)로 진단하지는 않듯이,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로 진단할 수는 없다. 공황발작은 공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공황 발작 또는 공황 증상은 공포증(Phobia)이나 우울증(Depression)의 이차적 증상이기도 하다. 기존의 사회공포증이나 특정공포증의 극심한 표현으로 공황 발작이 나타난다면 공포증이 우선적으로 진단된다. 또한 공황 발작이 우울 장애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공황 장애는 주 진단이 될 수 없다. 즉, 공황 발작이 나타나더라도 모든 공포증이 존재하지 않거나 우울 장애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만 공황 장애가 주 진단이 될 수 있다.
공황장애는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동반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광장공포증은 공황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진단한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은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의 진단 기준을 모두 충족할 경우 두 가지 진단을 모두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무엇일까? DSM-5에 따르면 광장공포증은 당혹스럽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공황 발작이나 공황 증상 등이 발생했을 때, 즉시 피하기 어렵거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장소나 상황에 처할 것을 두려워하여 이러한 장소와 상황을 회피하는 불안 장애의 하위 유형이다.
▶버스, 지하철, 기차, 배, 비행기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하거나 ▶주차장, 다리 등 탁 트인 개방된 공간 또는 ▶엘리베이터, 극장 등 폐쇄된 공간에 있는 것 ▶사람이 많고 시끄럽거나 복잡한 장소에 있거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 ▶혼자 외출하는 것 등 5가지 상황 중 2가지 이상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해당 장소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인해 매번 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상황이나 장소를 회피하는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광장공포증으로 볼 수 있다.
즉, 공황장애는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광장공포증은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도움 없이 혼자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씨의 경우, 비행기 안에서 공황 발작이나 공황 증상이 일어날까 봐 비행기 탑승을 회피하기보다는, 비행기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탈출할 수 없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공황장애나 특정공포증(비행기)이 아닌 광장공포증으로 진단했다. 만약 이 씨가 비행기 안에서 일어날 공황 발작을 두려워하여 비행기 탑승을 피하는 것이라면, 이는 공황장애로 진단하는 근거가 된다.
광장공포증은 병명에 포함된 ‘광장’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사람이 많고 공개된 넓은 장소(광장)를 기피하는 특정공포증으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광장처럼 개방된 장소에 대한 특정공포증이 아니라 특정공포증으로 설명될 수 없고, 그렇다고 공황장애로도 설명되지 않는 경우에 광장공포증으로 분류하도록 한 것이 DSM-5의 기준이다.
3회에 걸쳐 공황장애와 공황발작, 그리고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황장애가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상담 치료에 대한 인식의 장벽이 낮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와 함께 온라인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질병에 접근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자가진단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문의: (213)235-1210

*이 칼럼은 DSM-5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